인간 신체에 작용하는 기타 호르몬들과 마찬가지로 테스토스테론은 고유 의지를 행사한다. 간혹 그것의 효과를 설명할 수 없을지라도 개인은 그저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이 스테로이드가 만약 인위적으로 몸에 투입되거나 억제될 경우 소위 “두번째 사춘기”로 불리는 젠더 트랜지션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체모는 정체성의 지표로 기능한다. 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특정한 부위의 발모와 탈모를 통하여 각자가 그리는 자아상을 긍정하길 바란다. 호르몬 트랜지션만 진행한 트랜스 매스큘린trans masculine 인구의 경우 수술적 조치 (특히 자궁 및 난소 제거술)도 함께 진행한 인구에 비하여 수염 발모가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될 수 있다. 이들중 몇은 예상하지도 바라지도 않았던 신체 부위에 털이 집중적으로 발모되는 기현상에 그저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이 다매체 퍼포먼스는 위와 같이 실현되지 못한 동경과 엇나간 욕망들을 기리는 세 가지 장으로 구성된다. 장례식과 세정식에 뒤이어 아티스트는 그의 풍성한 다리털을 인중과 턱에 이식하는 드랙의 제스쳐를 취한다. 

 

퍼포먼스에 걸쳐 배경에 전시되는 두 영상물 중, 첫번째 영상에서는 대한민국 대구 지역의 장례식 상여소리가 흐르는 데, 가사에는 내세와 환생의 불교 철학이 녹아있다. 아티스트는 스냅챗SnapChat이라는 모바일 앱이 제공하는 젠더 교환 필터GenderSwap Filter를 통하여 자신의 얼굴을 각기 여성화와 남성화 시킨 뒤 이를 영정 액자에 담아 전시한다. 여기에서 각 사진은 이분화된 젠더 표현에 관한 규범들을 토대로 구성된 자아상을 가리킨다. 아티스트는 이같이 이상화된 자아상들을 설령 다른 크기의 소망과 의지였다 할지라도 한때 내면화했고 달성하는 데 실패했음을 인정한다.

 

두번째 영상물에서는 짧은 애니메이션이 중복 재생된다. 애니메이션은 주사기가 약병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빼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이 주사기는 다리털, 정자, 수염, 끝내 타오르는 심지로 변화한다. 동시에, 약병은 자궁에서 폭탄으로 모습이 바뀐다. 이는 테스토스테론 주입이 당사자의 건강에 낳는 바람직한 효과와 꺼림칙한 부작용 사이의 불가피한 타협을 가리킨다. 

© 2020 by KAHN J.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