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있는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은 문자 그대로, 그리고 비유적으로 회색 지대의 파노라마다. 이 뒤틀린 기억의 장에서 삶과 죽음은 각기 관광객들의 에너지와 지하 전시관의 엄숙함의 형태로 서로를 마주본다. 이 비디오에서 아티스트는 강박적 움직임과 마비된 모습을 교대함으로써 추모공원의 낯설은 고요가 주는 영감을 불안의 신체적 증상으로 승화시킨다.

 

아티스트는 이러한 불안을 유발하는 기억의 잔상들을 몸짓으로 사유한다. 높이가 제각각인 회색 물체들로 이루어진 연한 파도 위에서, 사이에서, 그리고 속에서 서핑하거나 잠을 청한다. 기억은 의지를 초월하는 독립적인 힘을 행사해 개인 또는 집단 전체를 특정한 벡터에 위치시킨다. 기억은 탈출을 기약할 수 없는 지각의 회로를 빚어 그들을 시공간의 한 모퉁이로 몰아넣는다. 어쩌면 몇몇 비극의 기억은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계속 살아남도록 해줄 불안의 이유이자, 계속 살아남아야 하는 불안의 터로 남게 될 것이다.

© 2020 by KAHN J.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