ㄸ ㅓ ㄹ ㅇ ㅓ ㅈ ㅣ ㅁ 은 가정폭력의 잔상에 대한 시청각적 기록이다. 

 

주방은 가정내 조화가 추구되고 실현되는 공간인 동시에 여러 위험이 도사리는 장소이다. 개수대의 수도꼭지에서 새는 물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암시한다. 집안을 맴도는 긴장감은 물방울들이 만드는 청각적 여운을 통해 드러난다.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갈등 후에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침묵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벽시계 초침의 움직임처럼 어떤 시간의 보폭을 의미한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초침과 달리, 동일한 자리에 반복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이 물방울들이 그려내는 것은 공격(fight)과 도피(flight)가 모두 불가능해진 마비(freeze)된 시간성이다.

그 어떤 시계로도 셀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흐를 동안, 근육보다 많은 것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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