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종을 묘사할 때면 빠짐 없이 등장하는 연약함의 프레임은 인류에게 그들을 보호해야한다는 거대한 사명감을 안겨주곤 한다. 이 비디오가 포착하는 흰댕기찌르레기는 순수한 호기심의 눈으로 세상을 탐구하다 어느 순간 한 표적에 집중한다. 어쩌면 이 새가 보여주는 공격성은 천진난만함의 반의어가 아니라 그의 연장선상에 있는 잔혹함일지도 모른다.

흰댕기찌르레기는 그 어떤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폭력을 충동적으로 반복함으로써 현재 서식지에 독특한 방식으로 적응한다. 이 새는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넓은 환경에 거주하나 제한적 자극만 허락되기 때문에 미처 길들여지지도 않았고, 명확히 야생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흰댕기찌르레기는 본인이 직면하는 시공간의 규범 속에서 이해를 늘이고 줄이기를 거듭하며 나름의 생존법칙을 정립해야만 한다. 따라서 특정한 행동의 병적 반복은 이 새에게 참여적 기여의 가능성을 거세한 장소에 대한 단순한 통제감을 넘어서 지배의 실질적 리듬을 체화할 기회를 안겨준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반복 자체에 쾌락이 있다면, 흰댕기찌르레기가 보여주는 과잉된 잔학 행위는 대체 어떤 결핍을 메우려는 것일까? 잊혀진 야생에서의 과거를 추적해내려는 시도는 아닐까? 이 비디오는 ‘야생’을 문명으로부터 유리된 공간의 개념으로 인식하기보다 지향성으로 사유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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